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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Korean Pop Culture

#케이팝 #k_pop #국내힙합 #k_hiphop

에세이 Essay 11

진정한 나

귀를 뚫었다. 이번에도 귓불이다. 벌써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귀 뚫기’와 이번 ‘귀 뚫기’가 다른 점은 일반 귀걸이로 뚫은 것이 아니라 피어싱을 했다는 것이다. 피어싱의 핀은 귀걸이의 핀보다 약 1.5배에서 2배 정도 두껍다. 그래서 귀걸이를 뚫을 때보다 더 아플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리 아프진 않았다. 물리적인 아픔보다 마음 속 저편에 있던 자유로움을 느꼈다.나는 귀걸이를 할 때마다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아직 남성의 귀걸이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약간의 반항심을 표출하고 싶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래퍼들이 귀걸이로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뽐내는 것을 보고 무의식에 동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에세이 Essay 2024.11.17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10월 말부터 국비지원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전직 방송국 PD 출신의 강사진에게 영상 콘텐츠 기획 및 제작에 대해 배우고 있다. 평소 좋아했던 일을 전문가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으니 저절로 흥미가 붙는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9시부터 6시까지 교육원에서 강좌를 수강해야 하는 스케줄임에도 이전에 직장을 다닐 때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상쾌하다.교육원에 들어가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교육원의 커리큘럼이 6개월 동안 매일 (물론 주말은 빼고) 9시에서 6시까지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생활비도 모자란 상황에 나이는 서른이 다 되었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할애해서 훈련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막연한 불안함이 내 마음 속에 드리웠다. 고민은 찰나, 결론은..

에세이 Essay 2024.10.31

조카

추석 연휴 동안 입원을 하셨던 형수님이 퇴원을 했다. 형수님 뱃속에 조카가 예정일보다 2달이나 빨리 (그것도 명절 연휴에)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해서 그녀의 입원은 우리 가족들의 관심과 우려를 독차지했다. 퇴직을 하고 본가에서 쉬고 있던 나에게 형은 ’지금 너가 여유가 있으니 운전해서 형수를 집으로 데려다 주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나는 형수님을 신혼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퇴원을 도와주신 형의 장모님(사장어른)을 포함해서. 사장어른과의 만남은 형의 결혼식 때 뵌 것이 전부였다. 형수님은 그나마 괜찮은데, 사장어른을 모시는 것은 진짜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계모임에 참석하신 어머니의 차를 빌렸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순간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혼자 운전하는 것이 걱정..

에세이 Essay 2024.10.03

나의 에넥도트(My Anecdote)

오랜만에 모교 캠퍼스에 방문했다. 대학시절 힙합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와 만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엔 여전히 대학에 다니며 힙합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다보니 그들의 졸업 시기는 늦어졌다. 남들 눈에는 ‘힙합이나’ 하고 다니는 대학생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항상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두 가지 삶을 살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것도 힙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고 있으니까.​내 10대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하라는 것만 하는 시기였다. “모범적으로 살아라.”는 우리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여자친구 얼굴이 바뀐다.”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다. 그 말에 현혹되어 소위 범생이로 살..

에세이 Essay 2024.10.03

실속

실속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주제는 국내외 힙합. 지금까지 몇 편의 글을 썼다. 어떤 래퍼의 관한 소개부터 어떤 싱글 앨범에 대한 이야기, 힙합 씬에서 유행하는 소식 등을 소재로 글을 썼다. 지금까지 쓴 글들을 찬찬히 블로그에 옮기며 다시 읽었는데, 이렇다할 실속이 없었다. 나의 통찰 혹은 나만의 표현법이 나타나는 지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 글은 왜 실속이 없게 느껴지는 것일까? 잠시 고민을 해본다.​글을 쓰면서 항상 ‘누구에게나 쉽게 읽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예전에 한 소설가가 TV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글은 읽히기 쉬운 글이라고. 그 말이 계속해서 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나는 누구나 내 글을 술술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의 밀도를 낮추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

에세이 Essay 2024.05.02

표현이 전부다

표현이 전부다. 어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신 것이다. 당신은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에게도 매번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이가 들었어도 여보, 당신 하면서 계속 표현해주면 얼마나 좋아?"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이런 잔소리를 곧잘 하셨다. "내는 그런 거 모한다(나는 그런 거 못한다)." 부끄러워하시는 아버지 말씀에 어머니는 당당히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너희 아빠랑 결혼할 건데~ 참 안 도와주네!" ​여기서 표현은 자신의 호의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표현이 지속되면 좋은 인간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감이 있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표현의 첫걸음이라고 가르쳐주셨다. 그렇다면 나는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일까? 못하는 사람일까? 돌이켜 보면 나..

에세이 Essay 2024.03.31

프라모델과 나

초등학생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항상 자신의 예술품 하나를 창작(創作)해서 선생님께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해야 했다. 주변 친구들은 이것을 여간 귀찮은 것으로 여겼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창작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유난히 내가 만든 것들 - 이를 테면 소조(塑造), 장난감, 모형 등에 애착이 있었다. 나는 내가 직접 손으로 만든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창작 실력이 나쁜 편도 아니라서 내 예술품들은 대부분 학급 대표로 초등학교 학예회 기간에 전시되었다. 학예회 기간에 전시되면 부모님을 포함해, 선생님과 친구들의 칭찬을 받으며 어깨를 한 번 으쓱할 수 있었다. '내가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군!' 어린이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이랄까. 나는 그 순간을 만끽했다. 결국 나는 매년 여름방..

에세이 Essay 2023.06.09

포르쉐는 나의 꿈이다

지난 화요일,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개최된 에 방문했다. 현대, 기아와 같은 국내 브랜드부터 벤츠, BMW 등 해외 자동차 브랜드도 본 행사에 참여했다. 자신들만의 멋진 차량을 뽐내는 다양한 기업들 중에서 나의 이목을 이끈 기업은 단연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포르쉐(Porsche)였다. 포르쉐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자동차 회사이다. 포르쉐가 내게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나의 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나의 꿈이다. 나는 자동차를 참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자동차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동차는 바로 포르쉐의 911이다. 내가 911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0년대에 방영된 탑기어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는데, 이때 나는 911..

에세이 Essay 2023.04.10

허무주의와의 고군분투

허무주의(虛無主義)는 쉽게 우리 인생에 찾아온다. 이름도 어찌된 게 '허무'주의인지, 가끔 보면 허무하게도 찾아오는 것이 허무주의이다. 인생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그것들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슬쩍 고개를 든다. 최근에 허무주의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그 녀석은 나의 과거를 들추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인생은 의미가 없는 거라니까?! 어때, 허무하지?" 이 자식 나를 간파했구나. 허무주의는 내 주변으로 어두컴컴한 그림자를 점점 드리웠다. 내가 서 있는 바닥에 그림자는 점점 외연으로 확장하더니, 어느새 나도 그것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 몸은 점점 시커멓게 변했고, 마치 숯처럼 나는 굳어버렸다.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았..

에세이 Essay 2023.03.18

나의 시세(時勢)

“그래서 연봉은 얼마야?” 요즘 들어 친구들이 자주 꺼내는 화두이다. 기성세대에서는 충분히 예의 없게 느낄 수 있는 질문임에도 친구들은 이 질문을 누가 먼저 하든지 상관없이 곧잘 대답해준다. 친구들이 분위기를 험상궂게 만들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이 아직 우리가 이십대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십대 후반이 되자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그들은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친구들의 직장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직장 상사 이야기, 회사에서 실수를 한 이야기 등 친구들의 에피소드는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옴니버스 작품이 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연봉’이다. ​얼마 전에 대학교 같은 학부 동기들을 만났다. ..

에세이 Essay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