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한마리는 백숙과는 멀고 전골에는 가까운 요리이다. 채소와 닭고기를 끓인 육수에 익힌 닭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넣어 한소끔 끓인 이후 건더기는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국물과 함께 먹기도 한다. 또한 칼국수 사리나 볶음밥을 추가해서 먹는 방법도 있다. 본래 닭한마리는 서울 구도심(특히 동대문 근처)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이었는데, 현재는 대중화되어 다양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긴말하지 않겠다. 앞으로 소개할 이곳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맛집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당장 이곳에 방문하여 바로 별점을 매겨야 할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닭한마리라는 요리를 이렇게 신선하고 정갈하게 제공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군자역 근처에 위치한 장원닭한마리이다.
https://place.map.kakao.com/17662659
장원닭한마리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111길 46 1층 (중곡동 138-19)
place.map.kakao.com
기본 상차림으로는 특제소스, 생부추, 열무김치, 모래집 볶음, 마카로니 샐러드가 나온다. 특히 이 집의 특제소스는 독특하면서도, 닭한마리에 특화된 맛을 낸다. 주인장에게 특제소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여쭤보니 배와 마늘 등을 직접 갈아 특제소스를 만든다고 한다. 한국 배 특유의 달큰한 맛이 은은하게 소스에 베어 있다. 이 특제소스에 연겨자, 다대기(양념장)을 섞으면 닭한마리를 찍어 먹을 수 있는 나만의 소스가 완성된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면서 신선함이 느껴지는 이 특제소스는 그 어떤 식재료와도 어울릴 것이다.
나는 이 특제소스에 생부추를 섞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생부추의 아삭한 식감과 향이 특제소스와 만나 맛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나머지 부추는 닭한마리에 넣어야 하기에 남겨둔다. 주인장도 부추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강조했다. 이곳 닭한마리를 먹기 위한 맛의 여정, 그 시작은 특제소스와 부추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 닭한마리를 맛볼 차례다. 친구와 둘이서 방문했기에 우리는 소(小)짜를 주문했다. 얕지만 넓은 냄비가 뚜껑에 덮인 채로 상에 올라왔다. '뜨거우니 만지지 마시오'라고 매직으로 쓰여 있는 것이 재미있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뚜껑을 열어봤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주인장이 직접 뚜껑을 열어 주셨다. 냄비 안에 재료들은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익힌 닭고기와 신선한 채소들이 육수 속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닭고기는 백숙처럼 푹 익혀져 있었으며 먹기 좋게 미리 잘라져 있었다. 채소는 느타리버섯, 배추, 파, 단호박, 대추 등이 있었고, 떡과 만두도 두어 개가 들어 있었다.
"이제 드셔도 돼요." 주인장은 친절히 말씀해 주셨다. 나는 남은 부추를 집어넣고 부추가 익기를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닭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뽀얀 닭 다리 살이 아주 매력적이다. 닭 다리 살을 먼저 입에 넣었다. 뜨거운 것도 잠시, 은은한 닭고기의 육향이 입안으로 퍼진다. 부드러운 다리 살이 육수를 머금어 더욱 감칠맛을 낸다. 특제소스에 버무린 부추와 함께 이 고기를 다시 맛본다. 황홀경이 펼쳐진다. 부추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 달콤한 특제소스, 그리고 부드러운 닭의 살코기는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이룬다.
참고로 가슴살, 날개 등 다양한 고기도 육질이 질기지 않고 오히려 닭 다리처럼 부드러웠다. 아마 채소 육수를 충분히 머금어서 그런 것 같다. 이곳의 닭고기는 완벽하다.
육수에 담그어진 채소들도 맛을 본다. 채소는 본연의 맛을 잃지 않았으며, 특히 특제소스와 함께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채소들의 다양한 식감은 먹는 재미를 주며, 특제소스는 채소의 부족한 달콤하고 새콤한 맛을 전해준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인 것이다.
이참에 육수도 맛보았다. 채소와 닭고기로만 끓인 육수는 군더더기가 없다. 깔끔하고 정갈하다. 여백의 미가 여실히 드러난 국물이다. 온종일 이 육수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간이 세지 않다. 이 육수에 칼국수 사리를 넣는다면? 또 다른 매력적인 음식이 탄생한다.
식사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 어느새 건더기를 다 건져 먹은 우리를 발견했다. 큰일이다. 더 먹고 싶은데! 칼국수 사리를 추가했다. 주인장이 직접 냄비를 가지고 가서 면 사리를 추가해서 보글보글 끓여주었다. 이후 면이 다 익으면 먹어도 된다는 안내를 해주었다.
칼국수 사리의 겉면이 투명해진 거 같은 느낌이 들 때, 바로 면을 집어 들었다. 이때 면을 먹으면 칼국수 면이 고슬고슬하면서도 단단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칼국수도 파스타처럼 알덴테(AL DENTE)로 먹을 수 있다. 칼국수를 맛본다. 칼국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맛이지만, 이 집의 육수와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낸다.
칼국수가 끓은 이후 전분이 스며든 걸쭉한 육수도 다시 맛본다. 육수가 걸쭉해지면서 녹진하면서 응축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육수와 남은 칼국수 면을 순식간에 해치우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식사를 할 때면 사진을 찍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먹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닭한마리의 고유한 매력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닭한마리라는 요리의 정수를, 고유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 장원닭한마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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