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가능한 식재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치킨의 경우처럼 닭고기를 튀겨 먹기도 하고, 백숙의 경우처럼 통째로 육수와 함께 삶아 먹기도 한다. 닭고기의 여러 조리 방법 중에서 가장 닭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단연 닭고기를 직화로 굽는 것이다. 심지어 지방이 함유되어 있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닭 다리를 직화로 구우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닭구이(닭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아차산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상호는 온도계(아차산역점)이다. 본점은 강동구 천호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평일 저녁에 방문했는데, 손님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만석이었다. 한자리가 빌 때까지 잠시 대기했다. 이후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닭을 석쇠에 구워서 나는 향이 코 끝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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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
서울 광진구 자양로43길 60 1층 (중곡동 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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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상차림은 아래와 같다. 파김치(정확한 명칭을 알 수 없는 음식이었다)와 쌈무, 와사비, 소스 등이 나왔다. 파김치는 특유의 쿰쿰한 향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파절임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콩나물이 들어가 있어서 아삭한 식감도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독특하게 똥집 튀김을 서비스로 내어 주셨다. 똥집 튀김의 맛은 카레와 후추 맛이 반죽에서부터 진하게 느껴졌다. 대구에서 맛볼 수 있는 똥집 튀김과 비슷한 맛이었다. 첫 시작이 좋다.
이곳의 메인 메뉴는 3가지 종류의 닭갈비와 닭 목살 소금구이다. 닭갈비는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한 마늘소금, 간장으로 양념을 한 간장양념,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매운양념으로 다양한 입맛을 저격했다. 나는 마늘소금과 매운양념을 주문했다.
양념에 간이 된 닭 다리 정육이 새송이버섯과 함께 나왔다. 마치 소고기처럼 얇고 넓게 펴져 있는 정육의 모습을 통해 닭을 대하는 주인장의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새송이버섯에 온도계로 낙인을 찍은 것은 덤. 고기와 버섯은 바로 숯불로 달궈진 석쇠 위에 올라갔다.
닭갈비를 먹기 전 식욕을 돋우기 위해 주먹밥을 시켰다. 주먹밥은 김과 후리카케(조미볶음)이 들어가 있었다. 깔끔한 맛의 주먹밥은 언제나 환영이다! 마요네즈와 단무지가 범벅된 주먹밥이 아니라 주먹밥의 정수를 보여주는 맛이었다.
된장찌개도 기본적으로 제공되었는데, 큼지막한 두부가 두 덩어리와 표고버섯, 무, 애호박 등이 들어가 있었다. 된장찌개도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이곳의 음식은 대체적으로 간이 심심하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메인 요리 닭갈비를 먹을 차례다. 닭갈비는 직원분이 직접 구워주셨다. 직원분은 내게 닭 다리뼈 부위 보다 살코기 부분을 먼저 먹기를 권하셨다. 살코기를 먼저 먹고, 버섯과 함께 뼈에 붙은 살코기를 먹는 것이 이 집의 식사 순서였다. 나는 그 순서에 따랐다.
마늘소금을 먼저 맛보았다. 마늘 맛이 강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마늘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늘을 닭고기의 잡내를 잡는 용도로 적게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금 간도 적절히 되어 있어서 다른 소스를 곁들여 먹어도 될 정도였다. 마늘소금은 매운양념 소스, 깨소금, 와사비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매운양념도 마늘소금 닭갈비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이 특징이었다. 고추장이 곁들여진 닭갈비는 너무 달게 되면 닭꼬치의 맛이 나고, 너무 맵거나 짜면 불닭의 맛이 나기에 닭고기 본연의 맛을 해칠 수 있다. 이곳의 매운양념 닭갈비는 닭고기 본연의 맛이 나면서 양념이 고기에 적절히 베어 있었다. 매운양념은 화이트소스, 깨소금, 와사비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새송이버섯도 통째로 구운 이후 가위로 잘라먹었기 때문에 버섯 안에 들어 있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버섯의 풍미를 극대화했다. 버섯 구이를 먹다가 메뉴판을 봤는데 야채꼬지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직원분에게 야채꼬지에 대해서 여쭤봤는데, 채소를 꼬챙이에 꽂아 꼬치를 석쇠에 굽는 음식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분명히 이 버섯보다 맛있는 채소구이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하고 바로 그것을 주문했다.
야채꼬지는 방울토마토, 새송이버섯, 가지, 파프리카, 주키니 호박, 대파가 꽂혀 있는 꼬치 2개를 구워 먹는 요리였다. 직원분께서 이 꼬치를 처음에 통째로 굽다가, 이후에는 꼬치에 채소를 다 분리해 석쇠에 따로따로 구워 주셨다. 이후 채소를 하나씩 맛보았는데, 채소의 상태가 매우 신선했다. 채즙이 충분히 함유되어 있어 채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아쉽게도 대파가 너무 매웠기 때문에 대파는 먹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닭고기를 튀겨 치킨으로 자주 먹게 되는데, 치킨은 기름에 튀긴 음식이기에 쉽게 질릴 때가 있다. 또한 치킨은 영양 균형이 그리 좋은 음식이 아니다. 치킨이 질리거나, 신선한 채소와 함께 닭고기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 온도계의 석쇠 닭갈비를 적극 추천한다. 닭고기를 석쇠에 구워 신선한 채소들과 곁들여 먹는 것은 닭고기를 가장 건강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그 온전함을 잘 알고 있고, 손님에게 그것을 적절히 제공할 줄 아는 재야의 고수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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