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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리뷰 #2] 남도보쌈파전 - 서울 장안동

Gunn the Seeker 2023. 4. 6. 00:21

우리나라는 굴을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0만 톤(2020년 기준)의 굴이 생산된다고 밝혀졌으며, 이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Alberto Mondi)는 유럽 국가에서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는 굴이 한국 수산 시장에서 매우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만큼 굴은 국내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이며,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해산물이다.

그래서 굴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데, 특히 김치를 담글 때에도 활용된다. 굴김치는 김치에 생굴을 첨가하여 맛을 증폭시킨 음식인데, 대부분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은 겉절이 김치와 합을 이룬다. 굴의 감칠맛은 김치 양념과 색다른 조화를 만들고, 채소의 단맛이 물리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서울 장안동에 맛있는 굴김치를 파는 식당이 있다. 이름은 <남도보쌈파전>이다. 상호명에 굴김치가 없지만, 굴김치가 정말로 맛있는 음식점이다. 이곳은 원래 보쌈 전문점이다. 

<남도보쌈파전>은  내가 작년 7월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본래 굴은 겨울에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집굴은 언제 먹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관리를 잘한다는 추천을 받고 방문했었다. 당시에도 매우 만족하며 식사를 마무리했었는데, 최근 그 기억이 되살아나 재방문하게 되었다.

작년 7월에 방문했을 때 사진. 잘 찍은 것 같다.

동행한 지인과 배가 불러 보쌈 소(小)짜만 시켰다. 이것만 먹어도 둘이 충분하다.

기본 반찬은 정갈하다. 콩나물무침, 오이소박이, 파전, 도토리묵, 그리고 된장국이 나온다. 이 구성은 항상 그대로를 유지한다. 새우젓과 청양고추, 마늘, 쌈장도 덧붙이면 기본 상차림이 완성된다. 반찬들이 대체로 간이 슴슴하다. 그렇게 짜지 않으면서 본연의 맛을 충실히 다 하고 있다. 별미는 당연히 콩나물 무침과 파전이다. 콩나물 무침은 매콤하면서 고소한 맛을 내고, 파전은 두툼한 밀가루가 채소를 감싸고 있어 식감이 좋다. 

기본 상차림. 부족함이 없다.

이윽고 주문한 보쌈이 나왔다. 얇게 썰린 수육이 상추 한 장 위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접시 위에 불규칙하게 얹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얇게 썰어져 있는 보쌈고기를 보면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진다.

수육 소짜.

보쌈과 함께 굴김치가 나온다. 굴김치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김치 양념에 버무려져 있는 일종의 샐러드 같다. 배추, 파, 양파, 당근, 그리고 굴이 김치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통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고소한 향이 극대화된다.

같이 나온 굴김치. 다양한 채소가 양념에 버무려져 있다.

보쌈 고기를 먹으니 담백하고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는다. 고기는 제 시간에 적절히 삶아졌다. 고기의 수분이 약간 빠져 있어 누군가에게는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곳의 굴김치와 곁들여 먹기에는 수분이 적은 이러한 고기가 제격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맛을 볼 시간이다. 굴김치에 있는 배춧잎 하나를 내 앞접시에 옮긴다. 그리고 보쌈을 새우젓에 살짝 담가 배춧잎 위에 얹는다. 그리고 이것들을 한 데 싸서 함께 먹는다. 배추김치와 보쌈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고기의 느끼함은 배추김치가 잡아주고, 배추 특유의 단맛을 고기가 잡아준다.

그리고 굴을 맛본다. 굴김치 사이사이에 굴이 숨어 있다. 이 집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최근 노로바이러스가 급증하고 있기에 굴을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이후 김치를 담근다고 한다. 굴의 크기가 약간 작지만, 먹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살짝 데쳤기 때문에 굴의 비린 맛도 덜하고 오히려 굴을 먹기 더 편하다. 굴은 특유의 감칠맛을 내며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굴을 데쳐서 현재 글을 쓰는 와중에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이다.)

식당 벽면에 굴을 한 번 데쳐서 나온다는 안내가 있다.
굴을 골라 먹었다.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맛있다.

굴김치에 있는 채소들-당근, 파, 양파와도 보쌈은 잘 어울린다. 다양한 채소가 배추와는 색다른 식감을 주면서 음식의 향긋함을 더해준다. 그렇게 굴김치와 고기, 밑반찬들을 먹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밥이 생각나서 공기밥 하나를 시켰다. 따끈한 밥 위에 굴과 보쌈을 올리고 함께 먹는다. 그리고 된장국을 한 모금 먹고, 배추김치를 입에 넣으니 극락이다. 따끈한 밥과 고기, 굴은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조합이고, 된장국은 그것들이 잘 넘어갈 수 있게 윤활시킨다. 배추김치는 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식사를 준비하게 도와준다.

그렇게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이곳의 굴김치는 완벽하며, 수육은 담백함의 정석을 보여준다. 밑반찬이 과하게 간이 되어 있지 않아서 음식 간에 조화도 매력적이다. 서울 시내에서 완벽한 굴김치와 보쌈을 맛보고 싶다는 <남도보쌈파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독자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이 집은 사실 파전 맛집이기도 하다. 파전이 매우 큰 것이 특징인데, 오징어와 새우가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방문에는 배가 불러서 파전을 시키지 못했지만, 다음 방문에는 이 파전도 다시 경험할 예정이다. 파전은 약간 오버쿠킹 되어 겉이 바삭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겉은 바삭하며 해산물의 쫄깃한 식감이 밀가루 반죽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한 번 꼭 맛보길 바란다.) 

작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주문한 파전. 크기가 어마무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