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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Korean Pop Culture

#케이팝 #k_pop #국내힙합 #k_hiphop

국내힙합 K-Hiphop

브라더후드 -1

Gunn the Seeker 2024. 11. 25. 22:49

*국내힙합의 브라더후드에 대해 조명하는 글입니다. 시리즈로 계속해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브라더후드(Brotherhood; 형제애 또는 형제 관계)는 힙합 씬에서 중요한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립스(Clipse), 레이 스레머드(Rae Sremmurd)와 같은 경우는 실제 혈육관계의 래퍼들(노 맬리스와 푸샤 티, 슬림 지미와 스웨이 리)의 팀이었다. 심지어 우탱클랜(Wu-Tang Clan)은 실제 형제 관계의 아티스트를 포함하면서도, 단순한 혈육 관계를 넘어 크루원들과 함께 브라더후드라는 개념의 외연을 확장했다. 우탱클랜 소속된 9인의 개인 아티스트는 우탱클랜이라는 큰 울타리를 구심점으로, 비소속된 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우탱 패밀리(Wu-Tang Family)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힙합 씬에서 ‘브라더후드’는 혈육이 아닌 누군가와도 실제 피를 나눈 형제 사이처럼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브라더후드를 힙합의 근간을 이루는 흑인 문화(Black Culture)에 비추어보면 갱스터(Gangster)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빈민가 특정 지역 내 갱단에 소속된 흑인들은 실제 혈육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관계를 형제로 칭한다. 흑인 빈민가에서 경험한 처절한 삶의 투쟁을 함께 나눈 이들은, 서로의 형제 같은 유대 관계를 갱(Gang)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기도 한다. 90년대 힙합씬의 골든에라(Golden Era) 시기 활동했던 대부분의 래퍼들이 갱단 출신이 많았기에 ‘갱’이라는 단어는 브라더후드를 대표하는 슬랭(Slang)으로 의미를 변화시켰다. 갱은 현재에도 래퍼들의 형제 관계를 나타내는 곡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힙합이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확장되면서, 우리나라 국내힙합 씬에도 자연스럽게 브라더후드의 개념이 유입되었다. 씬에서 브라더후드라는 단어 자체를 깊이 논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브라더후드와 같은 형제의 관계가 가지는 특성이 국내힙합 씬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힙합의 브라더후드는 남성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국 특유의 ‘형-동생’의 관계성이 결합하며 발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형-동생’의 관계는 한국 특유의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결합하여 장유유서(長幼有序)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했다. 국내힙합 씬에서도 동생 래퍼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형 래퍼들에게 형님을 깍듯이 외치며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랩을 녹음하는 방법,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는 방법, 음원을 발매하는 방법은 형 래퍼들의 작업실에서만 알 수 있는 비법이었다. 그렇게 노하우를 터득한 동생 래퍼들은 형의 위치에 올랐고, 이제 형 래퍼가 된 이들은 또 다른 동생 래퍼들이 씬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다시 위에서 이끌어주었다. 수평적인 흑인들의 갱스터 문화와 다른 수직적인 관계성이 국내힙합 씬에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2010년대 국내힙합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던 전성기에는 이러한 성향이 짙어졌다. 1세대 형 래퍼들과 함께 크루에 속해 동생 래퍼의 역할에 있던 래퍼 더콰이엇, 스윙스 등은 ‘콰 형’, ‘스윙스 형’을 자청하면서 형 래퍼 역할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쇼미더머니>와 같은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신인 래퍼들을 발구하고, 자신의 이메일을 통해 신인 래퍼들의 작업물을 직접 들으며 신인 래퍼들이 씬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당시 데뷔한 신인 래퍼들- 예를 들면 창모, 저스디스 등의 동생 래퍼들은 대중가요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선배님’이라는 호칭보다는 ‘형’을 사용하며 그들에게 존경(respect)를 표했다. “콰이엇 형이 저를 이끌어줬어요. 스윙스 형이 저를 회사에 영입시켰죠.” 등의 멘트는 많은 래퍼들의 인터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클리셰가 되었다. 2020년대가 되어 동생 래퍼들이 형 래퍼가 되는 시기가 되었다. 그들은 또 어떤 형 래퍼가 될 것이며, 어떤 동생 래퍼들이 발굴될 것일 것 기대된다.

최근 발매된 하이어뮤직 출신 아티스트들의 단체곡 ‘FASHO’는 한국힙합의 브라더후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체곡이다. 하이어뮤직 출신 프로듀서 그루비룸을 중심으로 피에이치원, 빅나티 등 현재 하이어뮤직에 소속된 래퍼들과 식케이, 김하온, 박재범 등 이전에 하이어뮤직 소속으로 활동했던 래퍼들이 201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티아라의 ‘DAY BY DAY’를 샘플링한 트랙 위에서 약 7분 간 랩을 뱉는다. 2017년부터 박재범을 중심으로 식케이, 피에이치원, 그루비룸이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던 레이블 하이어뮤직은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주며 확장했고, 2010년대 후반 국내힙합 씬의 브라더후드를 상징했다. 비록 박재범이 대표직을 사임했고, 그루비룸과 식케이는 독립을 했지만,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형제들과 함께 이 특수한 관계성, 브라더후드를 지키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Fasho’였다. 비록 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영원히 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