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sJjS1JnHzIQ?si=EdcA08uNjhbsM45d&t=534
기안84가 “리얼 힙합”을 보여주었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에 출연한 그는 힙합의 주요한 의의를 시청자에게 진솔하게 전달했다. 기안84는 실제 뉴욕 브루클린에서 개최되는 ‘레전더리 싸이퍼’에 참가하여 힙합은 문화이자 누군가에겐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음악일주>에 출연한 기안84는 이번에는 여행자가 아니라 뮤지션에 도전한다. 가장 먼저 힙합에 대해 깊게 알고 싶었다는 그는 본고장 뉴욕의 브롱크스를 방문했다. 운이 좋게 브롱크스에서 만난 흑인 2명은 기안에게 싸이퍼 참여를 제안했다. 브롱크스에 옆 동네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레전더리 싸이퍼(LEGENDARY CYPHER)’였다.
기안84는 그날 밤 ‘레전더리 싸이퍼’ 현장에 도착해서 프리스타일로 랩을 뱉는 현장을 목도한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작은 호텔 옆 공터에 모인 사람들은 비트 위에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쳤다. 싸이퍼 주최자는 자신이 유명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같은 래퍼라고 스웨깅(swagging)을 하고, 어느 래퍼는 라임과 플로우만 있다면 그것은 클래식이라고 힙합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뿐만 아니라 한 여성 래퍼는 자신이 가출하여 방황하고 있을 때 ‘레전더리 싸이퍼’가 자신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다고 랩을 뱉었다. 힙합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문화이자, 삶 그 자체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기안84는 인터뷰에서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힙합은 욕설이 난무하는 거친 이미지였는데, 이번 싸이퍼에서 한풀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 MSG 없는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정말 멋있는 광경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많은 시청자들이 기안84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평범한 대중들에게는 힙합이 다소 거칠고 과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힙합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겐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여기서 기안84의 다음 행동이 흥미롭다. 그는 갑자기 영화 <8마일>의 에미넴처럼 노트를 꺼내 가사를 적기 시작한다. 그는 퓨어 프리스타일 랩(즉석에서 자유롭게 뱉는 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리튼 프리스타일 랩(가사와 라임을 먼저 작성하고 자유롭게 뱉는 랩)을 준비한다. 기안84의 가사지는 어느새 빼곡히 적혔고, 결국 그는 싸이퍼에 참가했다. 비록 라임도 제대로 맞지 않았고, 작성한 가사를 모두 뱉어내진 못했지만 싸이퍼에 참가한 모든 이들은 그의 랩을 경청했다. 기안의 한국어로 된 랩(사실 랩보다는 타령에 가까웠고, 희극적으로 편집되긴 했다)이 이해가 어려움에도 싸이퍼 주최자는 다른 나라 언어로 자신감 있게 랩을 뱉은 기안에게 샤라웃(shout-out)을 보여달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주최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은 힙합이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이라는 증거야. 우리 모두는 힙합으로 연결(connect)되어 있어.” 힙합이라는 문화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화권에 결합하여 발전하면서도, 힙합이라는 큰 줄기는 전세계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LA 콤프턴(Compton)에서 살았던 켄드릭이라는 소년도 힙합을 통해 자신의 불우했던 삶을 치유하며 유명 래퍼 ‘켄드릭 라마’로 성장했고, 한국 남양주 덕소리에 살던 구창모라는 소년도 힙합을 통해 자신의 불우한 삶을 치유하며 유명 래퍼 ‘창모’로 성장했다. 두 소년은 태어난 시기도 장소도, 문화권도 다르지만 ‘힙합’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었고 훗날 모두가 동경하는 랩스타가 되었다. 이렇게 힙합은 인터내셔널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들어 힙합의 부정적인 면에 치중된 자극적인 콘텐츠가 특히 많이 발행되어 대중이 힙합에 느끼는 부정적인 피로도가 누적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에 일반 대중은 “힙합은 원래 나쁜 것이다.”라고 일반화의 오류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힙합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힙합이 가지고 있는 의의-삶을 현재 보다 나은 방향으로 긍정화하는 것을 희석한다.
그러나 <음악일주>에서 조명된 ‘레전더리 싸이퍼’는 힙합이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인 삶의 활력을 주고 그것을 넘어 초월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한 래퍼에게 힙합이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것처럼, 힙합은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며 긍정적인 방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번 <음악일주> 1화를 보면서 기안84와 제작진, 그리고 출연진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나 자신에게도 힙합은 가장 소중한 문화이자 내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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