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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리뷰 #10] 와고참숯갈비 - 서울 천호동

Gunn the Seeker 2023. 6. 19. 22:17

삼겹살이 먹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 있다. 기력이 허하고 목이 칼칼할 때 나는 삼겹살을 먹는다. 어린 시절 내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우리 부모님께서는 나를 위해 삼겹살을 구워주셨다. 불판 앞에서 고기와 밥, 그리고 각종 반찬을 곁들여 먹으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몸이 빨리 낫는다고 어머니께서는 종종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삼겹살은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본래 한국인은 고대부터 오직 소고기만 '고기'로 인식하고 있었고, 소고기를 중심으로 고기와 관련된 요리가 파생되었다. 그러나 소고기는 현대 산업화 이전까지 너무나 귀한 음식이었다. 현대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제는 발전했고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소고기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축산업이 발전했고,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들에게 좋은 대체재가 되었다.

삼겹살 구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발전한 음식이다. 산업화의 역군이 되셨던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는 이전 세대 보다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고, 부족한 단백질 보충을 위해 돼지고기를 즐겨 드셨다. 숯불이나 연탄불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주를 한 잔 두 잔 기울이며 삼겹살은 그렇게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는 음식으로 그 의미가 변화했다.

이렇게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삼겹살 구이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천호동에 있다. 상호는 와고참숯갈비. 참숯갈비 전문점인 것 같지만 유독 뼈삼겹이라는 메뉴가 인기 있는 식당이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참숯에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셨고, 기본 상차림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양파절임, 명이나물 장아찌, 파무침, 상추쌈, 오이미역냉국, 김치, 콘 샐러드, 무말랭이와 배추, 각종 양념들, 그리고 된장찌개가 기본으로 나왔다. 맑은 된장찌개가 기본 찬으로 나온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본 상차림
메뉴판 뒤에 고기를 음미하는 방법이 적혀 있다.

나와 대장님은 먼저 뼈삼겹 2인분을 시켰다. 직원분들은 신속하게 주문을 접수했고, 곧바로 열기를 광역으로 방출하는 참숯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뜨겁게 달궈진 참숯은 테이블 주변을 후텁지근하게 만들었다. 얼굴에 열감이 올랐고, 땀이 살짝 났다. 오이미역냉국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나에게 침범하는 열감을 낮추었다. 곧이어 석쇠(불판)와 고기가 함께 상으로 올라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참숯

뼈삼겹은 정육을 할 때 삼겹살 부분과 돼지고기 갈빗대를 분리하지 않고 정육한 부위를 말한다. 그래서 삼겹살과 갈비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원분이 친절히 뼈삼겹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고기를 직접 구워주셨다. 또한 고기 옆으로 전라도식 김장 김치를 함께 구워주셨는데, 이것도 별미라고 추천해 주셨다.

뼈삼겹 2인분 / 멸젓(멜젓)을 지탱하기 위해 갈비뼈를 활용한 센스가 돋보인다
고기가 숯불 향을 뒤집어쓰며 맛있게 익어간다.

고기가 숯불 향을 뒤집어쓰며 맛있게 익어간다. 숯불의 화력이 드세서 고기는 곧바로 익었다. 먼저 아무 간을 하지 않고 고기 자체를 맛보았는데, 적당히 익은 고기에 육즙이 터져 나왔다. 신선한 육질과 숯불 향, 그리고 삼겹살 특유의 감칠맛과 지방맛이 적절히 어우러졌다.

고기를 맛보자.

고기를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파무침, 양파절임과 곁들여 먹는 것이었다. 이후 난도를 높이면 갈치속젓과 멸젓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상추 또는 배추로 쌈을 싸서 먹을 수도 있고, 무말랭이를 곁들여 먹어도 맛이 좋다. 고기 자체의 기본기가 탄탄해서 어떤 양념, 찬과 먹어도 맛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김치가 맛있었다. 전라도식 김치 특유의 짭쪼롬한 맛이 특징이었다.

특히 직원분이 추천해 주신 김치가 맛있었다. 전라도식 김치 특유의 짭쪼롬한 맛과, 거친 양념, 그리고 강렬한 젓갈향이 특징이었다. 독자들 중 혹시나 '김치가 자고로 맵고 짜고 셔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김치를 정말 좋아할 것이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우리 대장님께서도 두 손들고 환영하셨다.

탄수화물이 빠질 수가 있나!

그리고 밥을 시켜 함께 먹었다. 고기를 먼저 먹고 밥을 먹으면서 부족한 포만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우리는 돼지갈비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명색에 숯불이 있으면,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갈비로 마무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간이 되어 있지 않은 뼈삼겹으로 입맛을 돋우고 마무리로 자극적인 갈비를 맛보는 것은, 완벽한 한 끼를 완성하는 방법이다.

돼지갈비를 추가했다.

돼지갈비는 예상보다 더 자극적인 맛이었다. 마치 이 집의 김치처럼 짭짤하고, 다른 가게에서 판매하는 돼지갈비 보다 더 달았다. 육질 안까지 양념을 베이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칼집을 낸 흔적이 보였고, 다소 강한 간이 이 고기의 맛을 더욱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에 있어서는 완벽한 양념의 고기였다. (갈비를 너무 급하게 먹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만큼 맛있었다는 것이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비빔냉면을 시켰다. 물냉면 육수를 따로 주셨다.

결국에 참지 못하고 비빔냉면도 추가로 주문했다. 비빔냉면에 물냉면 육수를 따로 내어주셨고, 가위도 하나 더 챙겨주셨다. 직원분들의 사소한 배려에 감동하게 되는 식당이다. 비빔냉면은 시판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다. 그러나 돼지갈비와 매우 잘 어울리는 메뉴였다. 물냉면의 매콤하고 새콤함이 돼지갈비의 짭쪼롬하고 달콤함과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불꽃놀이를 터뜨렸다.

돼지갈비 뼈 부분이 남았다.

마지막에 갈빗대 부분이 남았다. 대장님은 나에게 이 영광을 양보하셨고, 나는 갈빗대를 뜯어 먹으며 완벽한 식사 한 끼를 마무리했다. 이 집은 천호동 일대에서 가장 완벽한 숯불고기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아닐까. 제공되는 음식의 기본기가 탄탄하며 직원분들이 친절하기 때문에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식사였다.

혹여나 삼겹살이 먹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 있다면, 그때 마침 천호동 일대를 지나가고 있다면! 이곳 "와고참숯갈비"에 잠시 방문해 행복한 식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떠한가! 최고의 음식을 맛보고 최선의 선택을 한 자신을 뿌듯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