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동기 모임을 했다. 같은 학부, 같은 학번 동창들끼리 1학년 연말부터 꾸준히 모이던 모임인데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인연이다. 나를 포함해 멤버는 5명. 서울 토박이 한 친구, 부천과 인천에서 온 두 친구, 제주에서 온 친구, 그리고 대구에서 온 나, 이렇게 5명이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 어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제주에서 온 친구가 한 식당을 추천했다. 이곳은 참게민물메기매운탕을 판매하는 곳인데, 이곳은 다른 식당에서 느낄 수 있는 메기의 비린내와 흙탕물을 퍼먹는 듯한 텁텁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제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민물고기 요리를 입문하기에 좋은 식당이며,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곳은 을지로에 위치한 동강나루터이다. 최근 가수 성시경이 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 먹을텐데에 출연한 맛집이기도 하다.
https://place.map.kakao.com/18241603
동강나루터
서울 중구 을지로 99 2층 (을지로2가 101-17)
place.map.kakao.com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고 참게메기매운탕 대짜와, 미꾸라지 튀김 한 접시를 주문했다. 다섯 명이서 대짜 하나를 시켜도 괜찮냐고 말씀하셨지만, 그만큼 술을 마시면 되니까요!라고 당당히 말씀드렸다. (오후 5시가 되기 전이었다)
직원분이 곧바로 세 가지 종류의 김치를 세팅해 주셨다. 파김치, 무김치, 그리고 갓김치가 나왔다. 김치는 셀프 코너에서 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데 차갑게 얼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채소 본연의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삭하게 잘 익었고, 매콤하면서 새콤한 이 집 김치 양념은 입맛을 돋우는 데 충분했다.
그리고 미꾸라지 튀김 한 접시가 나왔다. 족히 20마리 정도 되는 양이었는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먹다 보니 포만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별미였다. 미꾸라지의 내장을 제거한 이후 통째로 튀긴 음식인데, 비린 맛도 전혀 없었고 부드러운 생선 살의 식감이 바삭한 튀김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간장에 찍어 먹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이윽고 참게메기매운탕이 나왔다. 매운탕 위로 미나리와 새송이버섯이 수북하게 쌓여져 나왔다. 이 미나리가 국물의 시원함을 배가시킬 것이다. 국물이 끓으면서 미나리와 버섯의 숨이 죽으면, 매운탕을 한 번 섞었다가 채소부터 먹으면 된다. 친구들과 미꾸라지 튀김, 김치와 함께 술을 한두 잔 마시면서 우리는 매운탕이 끓기를 기다렸다.
결국 매운탕이 끓었고, 미나리와 버섯의 숨이 죽었다. 이것들을 한 데 뒤섞자 밑에 있던 수제비, 메기, 참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그 매운탕. 매콤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매운탕이 우리 상 위에서 끓고 있다.
우리는 미나리와 버섯, 그리고 수제비를 먼저 균등하게 배분했다. 적절히 국물도 추가해서. 그리고 각자 마실 수 있는 술을 한 잔 가득 채웠다. 국물을 먼저 맛보고, 채소와 수제비를 먹었다. 술을 부르는 맛이다. 우리는 건배를 했다. 술도 어찌 그리 잘 넘어가는지. 이 집의 국물은 술과 함께 먹음에도 곧바로 해장을 할 수 있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메기와 참게를 건졌다. 참게는 국물용으로 사용된 것 같다. 이미 등껍질과 다리가 분리되어 있었고, 풍부하게 살이 차올라 있지 않았다. 반면 메기는 도톰한 속살을 가지고 있었다. 이 도톰한 살에서는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고, 흙냄새도 일절 없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술이 또 들어가는 맛이다. 우리는 술을 또 한 잔 기울였다.
한식에 탄수화물이 빠져서 되겠나. 공깃밥을 먹을까 하다가 우리는 라면 사리를 추가로 주문했다. 라면 사리를 넣기 위해 직원분이 추가 육수를 부어주셨다. 그 위로 올라가는 라면사리. 우리는 빨리 라면을 먹기 위해서 세로로 라면을 쪼개 넣었다.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계속해서 매운탕의 건더기와 국물, 그리고 술을 함께 먹었다.
라면이 다 끓었다. 매운탕에 끓이는 라면은 원래 꼬들꼬들하게 먹어야 한다. 그래야 면이 점점 익어가면서 느껴지는 맛의 변화도 느낄 수 있고, 매운탕에 전분이 더해지며 걸쭉해지는 국물 맛의 변화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면을 덜어서 먹었다. 라면에 매운탕의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 진하게 배었다.
라면을 먹으며 느낀 것인데, 이 집의 김치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탄수화물과 함께 먹는 김치의 새콤함은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계속해서 라면과 건더기를 먹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좋은 음식, 그리고 술을 함께 곁들이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었다.
식사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음식을 급하게 흡입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나는 참게메기매운탕을 한가운데 놓고 오랜 시간 동안 식사를 했음에도 이 음식이 맛있다는 감상만 남을 정도로 우리는 음식을 급하게 먹었다. 그만큼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추억을 이야기하고, 미래에 대해 점쳐 보면서 이 음식을 먹었다. 이 음식도 새로운 추억의 한 조각이 되었다. 당신도 이곳에 방문해서 그러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맛있는 음식을 놓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만드는 것, 동강나루터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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