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이 어느 날 내게 말했다.
"건준아, 너가 딱 좋아할만한 곳이 있어."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한 식당의 주소를 보내주었다. 아니, 이곳은 내가 이전에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한 식당이 아니었던가! 나는 예전에 대장님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여러 장소를 탐색하다가 우연히 한 노포 식당을 알게 되었다. 그곳의 이름은 경상도식당이다. (경상도집과 혼용해서 사용되는 것 같은데, 이 포스팅에서는 경상도식당이라고 명명할 것이다) 경상도 출신의 나의 이목을 확 이끌만한 식당 이름. 경상도식당. 그곳을 오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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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의 퇴근 시긴에 맞춰 경상도식당에 도착했는데 건물 안에 테이블이 얼마 없었다. 10개 정도 테이블이 있었는데, 나머지는 모두 건물 바깥 도로에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남아 있는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앉아서 얼마간 기다리다 보니 한 직원 분이 우리의 주문을 받아주셨다.
"고기 3인분이요"
대장님은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이미 회사 동료들과 그곳에서 회식을 해서 이 식당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모든 권한을 맡겼다.


이윽고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잘게 자른 파김치와 김치, 초장, 그리고 청양고추와 마늘, 상추가 상 위에 올려졌다. 물수건과 수저는 덤이다. 좀 이따가 바로 빨간 콩나물국이 대접에 담겨 상에 올라왔다. 벌써 경상도의 냄새가 난다. 우리 고향에서 자주 먹던 빨간 콩나물국. 감회가 남다르다.


시간이 흘러 3인분의 돼지갈비가 올라왔다. 연탄불에 직접 구운 양념 돼지갈비. 냄새를 맡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안 문중 모임을 진행할 당시 맡았던 갈비 냄새와 비슷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여 가문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양념 갈비를 상 위에 두고 어르신들께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 때가 생각나는 향이었다.

갈비를 한 입 베어물자 연탄불에 구운 훈연과 달짝지근한 맛이 내 감각을 자극했다. 질깃한 식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탄에 구운 양념갈비니까. 그런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쌈을 싸먹었다. 초장을 찍은 양념 갈비와 파김치를 상추 위에 얹어 쌈을 만들었다. 이 쌈을 먹으니 소주 한 잔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술을 마실 때 항상 '한 쌈 한 잔"을 강조하셨다. 술을 마실 때 최적의 템포. 그래서 평소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을 시켰다. 진로 한 병을 시켜서 고기와 술을 곁들였다. 완벽한 한쌍이다.

흰 쌀밥 위에 고기를 얹어 놓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노포에서 파는 양념 돼지갈비를 흰 쌀밥 위에 얹어 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행복이다. 나는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마무리했다. 대장님은 내가 맛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고 말씀하셨다. 블로그에 이 후기를 작성해보라고.
그렇게 해서 이 리뷰가 완성되었다. 경상도식당은 단촐하지만 완벽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다. 다음에 내 고향 친구들을 데리고 방문하고 싶은 지경이다. 친구들아 DDP로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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