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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ily

안도 타다오 강연 [꿈을 걸고 달려라] 후기

Gunn the Seeker 2023. 4. 3. 14:05

안도 타다오(安藤 忠雄, Tadao Ando) (1941 ~ )

2023년 3월 30일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내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미술관 '뮤지엄산'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뮤지엄산은 현재 강원도 원주에 위치해 있으며, 한솔문화재단이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전시회 <안도 타다오, 청춘>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그의 전시회는 4월 1일부터 4개월에 걸쳐 개최된다.

안도 타다오의 여러 일정 중 한국 대중이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도 기획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였다. 강연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주최를 맡았고,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진행되었다. 3월 30일 저녁 안도는 약 1,6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서 한국 청중을 마주했다. 나도 지인에게 초대권을 선물 받아 해당 강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

안도 타다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복싱 선수에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한 남자. 안도 타다오는 어린 시절 복싱 선수로 활동하다가 자신이 복싱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찍이 그것을 포기했다. 다른 꿈을 찾던 그는 건축을 독학하며 설계와 건축 지식을 쌓았다. 어느 날 재능을 인정받은 안도 타다오는 건축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훗날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81세라는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히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앞선 일화에 따르면 누구나 안도 타다오의 인생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이번 그의 내한 강연을 적잖이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그는 어떤 삶의 굴곡을 지나왔던 것이고, 현재 어떠한 삶을 살고 있으며, 미래에는 자신의 어떠한 모습을 그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기대감이 점점 부풀었다. 이 기분을 안고 서울대학교 대강당으로 향했다.

오후 6시 30분 이전에 강연장에 도착해 예약된 좌석에 착석을 했다. 강연 시작 전 대기 시간에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물들이 차례대로 상영되고 있었다. 안도의 건축물은 독특한 감상을 남기게 한다. 노출 콘크리트 양식과 빛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건축물은 차가운 인상을 남겼다. 반면에 최근 설계한 건축물은 자연친화적이고 다른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따뜻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건축물은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하다. 상반된 온도의 감각이 교차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뮤지엄 산 (Museum SAN) 전경 - 출처: 한솔문화재단

그렇게 그의 작품들을 슬라이드 쇼로 감상하고 있던 중 어느새 오후 7시가 되었고, 강연이 시작되었다. 안도는 활기찬 발걸음으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우리를 향해서 밝게 인사를 하고, 이윽고 흰색 배경에 초록빛을 띠는 풋사과(청사과)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것을 청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춘(靑春)과 청사과(靑沙果)가 똑같이 푸른(아오이;青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는 우리의 청춘이 풋사과와 같기에, 우리는 이것을 파랗게 잘 익을 수 있도록 열심히 가꿔야 한다는 취지로 운을 띄웠다. 

안도 타다오가 설치한 풋사과 구조물 - 출처: Global Times, 시게오 오가와 사진

그러면서 자신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러 책들로 건축을 독학했다고 말하며, 그는 항상 위를 바라보며 살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래를 보면서 살면 안 된다. 우리는 위쪽을 바라보며, 위를 향한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아마도 그는 복서를 그만두고 새로운 꿈인 건축가를 동경하면서 자신의 위치보다 위쪽을 향해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다. 

참고로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상달 소인하달(君子上達 小人下達)이라고 말했다. 군자는 위로 발전하고, 소인은 아래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속뜻을 더욱 깊이 분석하자면, 군자는 자신의 현재 위치보다 위에 있는 고결한 가치를 통달하고 소인은 자신의 위치보다 아래에 있는 세속적인 것을 통달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안도는 소인이 아니라 군자였던 것이다. 그는 항상 위를 향해 자신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윽고 안도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대표적인 건물들을 하나씩 예로 들며 그와 얽힌 일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오시마의 상징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구조물이 태풍에 떠내려가는 모습 - 출처: 중앙일보

가장 재미있던 일화는 일본의 디자이너 쿠사마 야요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일본의 작은 섬의 마을 나오시마(直島)의 마을 설계와 조경을 맡게 된 적이 있는데, 이때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구조물)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 섬에 큰 태풍이 불어닥쳤고, 쿠사마의 호박 구조물은 바다에 떠밀려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했다.

"그렇게 내가 그 호박을 붙이자고 강조했는데도, 쿠사마 씨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너무 고집이 센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안도는 유쾌한 '디스'를 했다. 덕분에 약간은 얼어 붙어 있던 분위기가 풀리며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 어린이 도서관(Nakanoshima Children's Book Forest). 안도가 직접 설계했다. - 출처: Arquitectura Viva

그러고 나서 안도는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도 책을 읽으며 세계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었기에, 그는 책을 통해 다른 이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안도는 자신의 고향 오사카에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을 설계했고, 일본 내 다른 지역과 다른 국가에도 도서관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방글라데시에 건설 중인 도서관에 많은 애착이 있다고 밝혔다.

안도는 도서관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행위가 미래 세대가 창조력을 기르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조력은 미래 사회가, 넓게는 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래에 어른이 될 어린아이들을 위해 자신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미래 세대의 창조력을 함양하기 위해 도서관을 건조하고 있고, 관련 프로젝트들은 그가 살아 있는 한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창조력에 관해 언급하며 안도는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창조력은 체력에서 비롯되며, 자신도 창조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도는 두 번의 큰 수술을 통해 장기 4개를 적출했지만, 매일 만 보를 걷는 등 자기 관리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현재 이전과 같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도는 강연 막바지에 앞선 내용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는 80억 명을 돌파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인류는 지구와 함께 살아갈 방도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 해답은 창조력에 있고, 이 창조력은 체력에서 나온다. 그러니 지구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미래 세대를 고려하라는 의미에서) 꾸준히 노력하라! 그는 이렇게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강연을 하고 있는 안도 타다오 - 출처: 연합뉴스

안도 타다오는 자신의 삶을 강연에서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건축물을 예로 들며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생각들을 가감없이 청중에게 전달했다. 그의 가치관과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 중에 일치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그의 강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위를 향해 살아야 한다는 것,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 안도의 가치관은 나를 포함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된다. 

현재 안도는 여전히 체력을 증진하고, 창조력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한, 그는 여전히 건축물을 설계할 것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인간이 행하는 노력의 가치가 숭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따금씩 노력하는 것보다 현실과 타협하며 잠시 게을러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안도의 노력을 떠올리며, 게으름을 타파하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거장의 노력도 약간의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도 충분히 안도처럼 노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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