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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k_pop #국내힙합 #k_hiphop

국내힙합 K-Hiphop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1)

Gunn the Seeker 2024. 1. 14. 17:50

*현재 국내 힙합씬에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들을 조명해 봅니다.

나는 또 돈 벌러 가야대 마약을 하나 더 사야대
여자애들이 날 좋아해 근데 난 신경도 안 쓰네
Uneducated Kid - '돈벌러가야대' 중

 

래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출처: 인스타그램) ​

2018년 다소 저급하고 민망한 가사를 구수한 멜로디 위에 내세우며 대한민국 힙합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래퍼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이하 언에듀). ‘Un-(부정어 접두사) + Educated(교육 받은) + kid(소년)’의 영단어 조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소위 ‘못 배운 놈’을 자처하는 그는 데뷔 앨범 발매 이전부터 국내 힙합씬에서 게임 체인저로 거론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언에듀의 음악은 자신의 범죄(마약, 총기 소지 등)를 시인하는 듯한 충격적인 가사에 중독적인 멜로디가 결합한 형태이었기 때문이다.

'돈벌러가야대'의 가사를 보면 맞춤법이 틀린 것은 물론이요, 마약을 사러 간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심지어 인기 예능 [무한도전]의 ‘하하 유니버스’처럼 왕자병에 걸린 컨셉이라니. 무슨 이런 독특한 래퍼가 있지? 그의 가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돈벌러가야대’를 한 번 들은 청자는 어느샌가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탑라인은 트로트 장르에서 사용할 법한 익숙한 멜로디가 차용되었는데, 미국 본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한민족의 얼을 자극하는 맛이 있었다. 그래서 언에듀의 노래를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듣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정설이 힙합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에듀의 등장은 국내 힙합 커뮤니티에 숱한 논쟁도 낳았다. 대부분 그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힙합 아티스트의 태도는 힙합 커뮤니티에서 가장 활발한 논의 주제 중 하나인데, 아티스트의 진실성과 비례관계에 있다. 지금껏 수많은 전설급 래퍼들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현재의 상태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음악에 담았으며, 결국에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몸소 증명했다. 그래서 힙합 리스너들은 래퍼가 얼마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지, 그 진실성을 척도로 삼아 래퍼의 태도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에듀의 등장은 힙합 커뮤니티의 토론 주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언에듀는 데뷔 초기부터 자신이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며, 캐나다 유학 이후 마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귀국 이후 모 갱단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난기가 가득한 그의 미소에 가볍게 흘러가듯 내뱉는 이러한 진술들은 일반인들이 접하기에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언에듀를 바라보는 힙합 팬들은 그의 진실함을 기준으로 두 쪽으로 갈렸다.

한 쪽은 언에듀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쳐서 평가하는 쪽이었는데, 결국 언에듀가 허언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힙합이 아니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스웨깅(swagging, 힙합에서 자신의 멋을 자랑하는 방법)을 넘어선 수준의 거짓말을 하는 래퍼는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힙합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진실한 태도(Keep it real)를 보여주는 래퍼를 존중하는 측이었다.

다른 한쪽은 시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쪽이었다. 2010년대 후반은 기믹(gimmick; 속임수로 관심을 끄는 전략)을 활용하는 래퍼들이 다수 등장하는 시기였다. 실제로 국내 래퍼 마미손은 매드 클라운과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방식으로 기믹을 활용했고, 뛰어난 음악성을 기반으로 힙합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언에듀가 단순히 기믹(gimmick; 속임수로 관심을 끄는 전략)을 잘 활용하는 래퍼일 뿐이고, 그가 ‘힙합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쪽은 언에듀의 태도에 대해 유보하는 입장을 보였는데, 그가 앞으로 어떤 음악으로 증명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언에듀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